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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그란트 Pareidolia- Essence Revealed 유종욱 전시소개 2026.10.20 |





Pareidolia
Essence Revealed

파레이돌리아-드러난 본질

내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갔던 동네 목욕탕에는 점박이 무늬가 새겨진 돌바닥이 있었다. 물에 젖은 돌의 결을 무심히 바라보다보면 말이 나타나고, 새가 보였다가도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형상을 발견하는 일은 어린 나에게 가장 즐거운 놀이였다.

186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카를 루트비히 칼바움(Karl Ludwig Kahlbaum)은 모호한 형상 속에서 의미 있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 명명했다. 이후 이 개념은 인지심리학에서 무질서하거나 불완전한 자극 속에서도 익숙한 형상과 의미를 찾아내는 인식의 특성으로 이해되고 있다.

나에게 파레이돌리아는 하나의 심리학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나의 시선이며, 작업을 지속하게 한 가장 오래된 감각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 기억은 나의 작업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작업 과정에서 남겨진 흙 조각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에 숨어있던 형상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흩어진 흙 조각과 깨진 것 같은 도자기의 파편은 나에게 버려진 잔해가 아니다. 각각의 조각은 저마다의 기억과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나는 그 안에서 드러나는 형상을 따라 다시 연결한다. 그렇게 파편들은 하나의 말이 되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완성된 이미지가 아니라 형상이 드러나는 “사이”이다. 파편과 파편의 간극, 기억과 현실 경계,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자연이 마주하는 틈, 존재와 부재가 공존하는 자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와 공명이 흐른다. 우리는 서로 분리된 존재이면서도 그 보이지 않는 장(場)을 통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번 전시는 흩어진 세계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았던 본질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형상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형상은 “사이(In-Between)”에서 태어난다.